우리는 일상생활에서나 수학 문제를 풀 때 "만약 ~이라면, ~이다." 형태의 문장을 자주 사용하죠. 예를 들어, "정삼각형이면 이등변삼각형이다."와 같은 문장 말이에요. 여기서 '정삼각형이다'처럼 '~이면'에 해당하는 부분을 가정, '이등변삼각형이다'처럼 '~이다'에 해당하는 부분을 결론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만약 이 가정과 결론의 자리를 바꾸거나, 각각을 부정해서 새로운 명제를 만들면 어떻게 될까요? 원래 명제와 참, 거짓 관계가 똑같을까요, 아니면 달라질까요? 오늘 배울 '역'과 '대우'는 바로 이런 궁금증에서 출발합니다. 두 명제 사이의 논리적 관계를 파헤쳐보고, 이를 통해 어떤 조건이 다른 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해 '충분한지' 혹은 '필요한지'까지 명확하게 판단하는 눈을 기르게 될 겁니다. 이건 단순히 수학 문제를 푸는 기술을 넘어,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말하는 힘을 길러주는 아주 중요한 훈련이에요!
1. 명제의 역과 대우: 가정과 결론의 자리 바꾸기
어떤 명제 $p \longrightarrow q$가 주어졌을 때, 우리는 이 명제를 바탕으로 두 가지 새로운 명제를 만들 수 있습니다. 바로 '역'과 '대우'입니다.
역(Converse)과 대우(Contrapositive)
명제 $p \longrightarrow q$ 에 대하여
역(逆): 가정과 결론을 서로 바꾼 명제입니다.
$$q \longrightarrow p$$
대우(對偶): 가정과 결론을 각각 부정한 후, 서로 자리를 바꾼 명제입니다.
$$\sim q \longrightarrow \sim p$$
(참고) 가끔 '이(裏)'라는 개념도 등장하는데, 이는 가정과 결론을 각각 부정한 명제($\sim p \longrightarrow \sim q$)를 말합니다. 역의 대우가 바로 이(inverse)가 되죠!
말로만 들으면 조금 헷갈릴 수 있으니, 구체적인 예시로 살펴볼게요.
예시: 명제 "x = 1이면 x² = 1이다." 의 역과 대우를 말하고 참, 거짓을 판별해 봅시다.
원래 명제: "x = 1이면 x² = 1이다." (p → q)
x=1일 때 x²=1이므로, 이 명제는 참입니다.
역: "x² = 1이면 x = 1이다." (q → p)
x²=1을 만족하는 x의 값은 1 또는 -1입니다. x=-1이라는 반례가 존재하므로, 이 명제는 거짓입니다.
대우: "x² ≠ 1이면 x ≠ 1이다." (~q → ~p)
x²이 1이 아니라는 것은 x가 1도 아니고 -1도 아니라는 뜻이죠. 그렇다면 당연히 x는 1이 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이 명제는 참입니다.
어떤가요? 원래 명제가 참이라고 해서 그 역이 항상 참인 것은 아니라는 점, 눈치채셨나요? 하지만 원래 명제와 그 대우는 참, 거짓을 항상 같이 한다는 중요한 특징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대우증명법'의 기초가 되는 핵심 원리입니다.
⭐ 핵심 정리: 명제와 대우의 진리 관계 ⭐
어떤 명제가 참이면, 그 명제의 대우는 반드시 참입니다.
어떤 명제가 거짓이면, 그 명제의 대우는 반드시 거짓입니다.
주의! 명제와 그 역의 참, 거짓은 서로 아무런 관련이 없을 수 있습니다. 하나가 참이라고 해서 다른 하나도 참일 것이라고 단정하면 안 돼요!
이 성질은 왜 성립할까요? 바로 '진리집합'의 포함 관계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명제 $p \longrightarrow q$가 참이라는 것은, 조건 p의 진리집합 P가 조건 q의 진리집합 Q에 포함된다($P \subset Q$)는 의미와 같습니다. 집합에서 $P \subset Q$ 이면, 그 여집합 사이에는 $Q^c \subset P^c$ 관계가 성립한다는 것을 배웠죠? 바로 이 관계가 명제와 대우의 관계와 정확히 일치하는 것입니다!
2. 충분조건과 필요조건: 누가 누구에게 충분하고 필요한가?
이제 두 조건 p, q 사이의 관계를 좀 더 세밀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배워보겠습니다. 명제 $p \longrightarrow q$가 참일 때, 즉 $p \Rightarrow q$ 일 때, 우리는 p와 q를 각각 '충분조건'과 '필요조건'으로 부릅니다.
$q$는 $p$이기 위한 필요조건이라고 합니다. (p가 참이 되려면 반드시(필요하게) q가 참이어야 한다는 의미)
진리집합 P, Q 사이의 관계로는 P ⊂ Q 와 같습니다.
화살표를 주는 쪽(p)이 충분조건, 화살표를 받는 쪽(q)이 필요조건이라고 기억하면 편리해요. "총을 쏘려면 총알이 충분해야 한다" -> "충분조건이 화살표를 쏜다"라고 연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죠!
필요충분조건이란?
만약 두 명제 $p \longrightarrow q$ 와 $q \longrightarrow p$ 가 모두 참이라면 어떨까요? 즉, p와 q의 진리집합 P와 Q가 서로를 포함하여 P=Q인 경우입니다. 이럴 때 우리는 p와 q가 '동치' 관계에 있다고 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충분조건이라고 말합니다. 기호로는 $p \iff q$ 와 같이 양방향 화살표로 나타냅니다.
예시: 두 조건 p, q에 대하여 p가 q이기 위한 어떤 조건인지 말해봅시다.
(1) p: x는 3의 배수이다. q: x는 9의 배수이다.
(2) p: $x^2 \le 25$ q: $|x| \le 5$
(1) 풀이
두 조건의 진리집합을 각각 P, Q라고 하면,
P = {3, 6, 9, 12, ...}
Q = {9, 18, 27, ...}
$Q \subset P$ 이므로, $q \Rightarrow p$ 가 성립합니다. 따라서 p는 화살표를 받으므로 필요조건입니다.
(2) 풀이
두 조건의 진리집합을 각각 P, Q라고 하면,
p: $x^2 \le 25 \iff -5 \le x \le 5$ 이므로 P = {x | -5 ≤ x ≤ 5}
q: $|x| \le 5 \iff -5 \le x \le 5$ 이므로 Q = {x | -5 ≤ x ≤ 5}
$P = Q$ 이므로, $p \iff q$ 가 성립합니다. 따라서 p는 q이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입니다.
마무리하며
오늘은 하나의 명제에서 파생되는 역, 대우의 개념을 배우고 그 관계를 탐구했습니다. 특히 "어떤 명제와 그 대우는 운명 공동체!" 라는 사실은 앞으로 어려운 증명 문제를 만났을 때 아주 강력한 무기가 될 거예요. 명제가 복잡해서 증명하기 어려울 때, 그 대우가 참임을 보이는 방식으로 쉽게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죠. 또한, 두 조건 사이의 관계를 '충분하다', '필요하다'는 언어로 표현하는 법을 익혔습니다.
이러한 논리 관계를 파악하는 능력은 수학뿐만 아니라 모든 학문의 기초가 됩니다. 오늘 배운 내용을 여러 문제에 적용해보면서, 어떤 조건이 충분조건이고 필요조건인지 빠르게 판단하는 연습을 꼭 해보시길 바랍니다. 다음 시간에는 대우를 이용한 증명법과 귀류법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오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